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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서서히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걸린 천재 연쇄살인범의 이야기 

살인자의 기억법

등장인물

김병수 

주인공 김병수라는 인물은 16살 때 살인을 시작해서 45살까지 살인을 계속합니다. 첫 살인은 취한 상태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폭행하는 아버지를 질식사시키게 되면서부터입니다. 30년 동안 살인을 저지르던 중 어느 날 한 부부를 살해하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던 길에 차가 나무에 전복되어 병원에서 두 차례나 뇌수술을 한 후 살인을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희생자인 여자의 딸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살인을 멈춘 김병수는 수의사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박주태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는데 연락처를 교환했습니다. 그 이름은 박주태였습니다. 사고 난 부위를 보다가  트렁크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을 발견하게 됩니다. 직감적으로 시체가 있다고 느끼고 김병수는 이놈이 연쇄살인마라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은희

마지막 살인을 한 여자의 딸이자 김병수가 키웠으며  성인이 되어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박주태는 은희에게 접근을 하고 김병수는 그런 박주태를 죽이기로 결심합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김병수는 박주태를 죽이기 위해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하여 기억을 잃지 않으려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개의 등장

1. 옆집 개가 자꾸 우리 집을 들락 거린다. 마당에 똥도 싸고 오줌도 지린다. 나를 보면 짖어댄다. 여기는 내 집이다, 이 똥개 새끼야. 개는 돌멩이를 던져도 달아나지 않고 주위를 맴돈다. 퇴근한 은희가 그 개는 우리 개라고 한다. 거짓밀이다. 은희는 왜 내게 거짓말을 할까.

 

2. 아침에 눈을 떴다. 낯선 곳이었다. 벌떡 일어나 바지만 꿰어 입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처음 보는 개가 짖어 댔다. 신발을 찾으려 허둥대다가 부엌에서 나오는 은희를 보았다. 우리 집이었다. 다행이다. 아직 은희는 기억에 남아 있다. 

 

3. 그래, 그걸 두둑 망상이라고들 하지. 나도 그건 알아. 그런데 이건 망상이 아니야. 분명히 뭔가가 없어졌다고. 일지와 녹음기는 몸에 지니고 있으니 무사했지만 다른 무언가가 사라졌다. "그래 개가 없어졌다. 개가 없어졌어." "아빠, 우리 집에 개가 어디 있어요?" "이상하다. 분명히 개가 있었던 것 같은데."

 

4. "우리 집 개가 아닌데. 대문을 닫아 놓든지 해야지 아무 놈이나 막 드나들고." "전에도 있던데요. 이 집 개가 아니에요?" "못 보던 놈이 요즘 들어 들락 거린다니까요. 저리 가." 

 

기억의 붕괴 

손에 상처를 입고 일어난 김병수는 자신이 박태주를 죽인 것으로 생각했지만 앞마당에 여자 손을 물고 있는 개를 발견합니다. 김병수는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됩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게 된 경찰 중에는 박주태가 있었고 김병수를 돌보고 있었던 요양보호사의 살해범으로 의심하고 은희라는 딸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김병수는 경찰에게 25년 전 젊은 부부를 살해할 때 아이가 있었는 형사에게 물었습니다. 며칠 후 형사가 찾아와서 " 세 살짜리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아버지와 같이 살해됐습니다. 재밌는 우연이네. 그때 죽은 아이 이름도 은희예요."

대혼란 

알츠하이머 걸린 천재 살인마인 김병수는 박주태를 뒤쫓기 위해 모든 것을 기록하지만, 기억들이 조금씩 불일치하게 되면서 서서히 조금씩 기억이 무너 저 내립니다. 마치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의 뇌와 같이 서서히 소설의 세계가 붕괴되어 갑니다. 개를 기르고 있는 것인지 다른 집 개라는 것인지 소설의 끝 부분으로 갈 수 록 점점 알 수 없어집니다.  결국 결말에 다 달으면 김병수는 은희 조차 기억하지 못하면서 기억의 전체가 다 무너져 버립니다. 저를 대혼란에 빠지게 만듭니다. 그리고 소설은 앞부분과 후반분에 두 번이나 인용된 반야심경으로 마무리됩니다. 

 

반야심경

"그러므로 공 가운데에는 물질도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 작용과 의식도 없으며,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 형체와 소리, 냄새와 맛과 감촉과 의식의 대상도 없으며, 눈의 경계도 없고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으며,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늙고 죽음이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으며,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으니라."

감상평

알츠하이머 걸린 연쇄살인범의 기억을 따라갑니다.  알츠하이머 살인범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무겁기만 한 주제를 치밀하게 움직이는 주인공이 알츠하이머로 인해 일어나는 에피소드들로 웃음을 만들어내고 가볍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요소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처럼 문장은 짧게 끝나버리고 문단이 끊기는 구조로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도록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고 몰입감이 대단합니다. 분량도 얼마 되지 않아서 두 시간 안쪽으로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때 저는 다시 책장을 첫 페이지로 되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쓰인 글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이나 다시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게는 빨리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즐겁게 읽은 소설이었고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까지 보러 극장에 갔습니다. 이후 김영하 작가님의 다른 책들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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